손배가압류제도

노동자들이 손해배상청구소송 소장을 받을 때, 매우 당황스러워하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해석이 필요한 ‘법률용어’들입니다. 판결문도 마찬가지지요. 보통 회사는 법무팀을 갖추고 있거나, 대형 로펌을 통해서 법적인 부분을 맡깁니다. 대표이사나 사장님이 직접 소장을 쓰거나 판결문을 읽고 해석하지 않아도 대리인이 있어요. 노동자들의 경우, 노동조합에 법률원이 존재하거나 노동변호사들이 대리하는 경우가 있지만, 처음부터 변호사가 함께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소장을 받고 금액을 보고도 놀라지만, ‘나에게 왜 듣지도 보지도 못한 돈이 청구되었을까’ 매우 궁금해서 내용을 읽어보면 당황스럽습니다. 판결문을 보아도 그렇고요. ‘위법성이 조각된다’, ‘신의칙에 어긋난다’, ‘부작위’, ‘부진정연대책임’ 등등, 처음 접하면 당최 무슨 소린지 알 수 없습니다. 현실과 너무나 먼 법이지만, 판결은 현실과 무관할 수 없죠.

손배가압류소송기록아카이브에서 손배가압류와 관련된 주요 기록을 보기 전, 자주 등장하는 몇 가지 법률용어에 대해 먼저 소개합니다. 사전적 의미는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지식백과를 토대로 하고, 쉬운 풀이는 손잡고 법제도개선위원인 송영섭 변호사의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여러분은 몇 가지나 알고 있는지, 내가 알고 있는 의미가 맞는지 한번 생각해보세요.

쟁의행위, 노동쟁의, 단체행동은 다 같은 의미일까?

사전적 의미(출처_[네이버 지식백과] 통합)
쟁의행위 : 노동관계 당사자가 그 주장을 관철할 목적으로 행하는 행위와 이에 대항하는 행위로서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것.
노동쟁의 : 노동쟁의란 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 기타 대우 등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노동관계 당사자간의 주장의 불일치로 일어나는 분쟁상태를 말한다.
단체행동 : 단체행동이라 함은 동일한 목적을 추구하는 다수 근로자의 의식적인 집단행위로서 쟁의행위와 그 밖의 노동조합활동을 말한다.

송 변호사의 풀이
관련 법으로 단체행동은 헌법 제33조의 단체행동권으로 보장됩니다. 노동쟁의와 쟁의행위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와 관련이 있습니다. 여기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텐데요, 단체행동권이 더 포괄적인 의미라고 볼 수 있어요. 집회, 농성 등 노동조합의 결정에 따른 모든 활동이 단체행동권으로 보장됩니다.
쟁의행위는 노동자가 회사로부터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회사의 정상적인 업무를 중단시킬 수 있는 행위를 말합니다. 파업이나, 태업, 피켓팅 등이 해당됩니다. 이때 사용자들도 대항하기 위해 ‘직장폐쇄’를 하기도 합니다. 여기서 잠깐, 쟁의행위는 하고 싶다고 막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절차가 있습니다.
먼저 노동쟁의가 이뤄져야 합니다.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통해 사용자와 임금, 노동시간, 복리후생 같은 노동조건과 관련해서 협의를 할 수 있는데, ‘교섭’을 거쳐 논의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보장받고 있습니다. 노사 간 의견이 잘 맞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이 있죠. 그럴 때 노사 간 분쟁이 일어나게 되고, ‘교섭 결렬’ 등 더 이상 노사 간에 자율적으로 풀어내기 어려운 상태가 됩니다. 이러한 분쟁상태를 ‘노동쟁의’라고 합니다.
노동쟁의 상태일 때 노조는 총회나 대의원대회와 같이 의견을 모으는 자리를 거치고, 쟁의행위 찬반투표 등을 합니다. 그렇다고 바로 쟁의행위를 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노동위원회에 조정을 거쳐야 합니다. 조정 기간에도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을 경우, 쟁의행위를 할 수 있습니다.

소장에 주로 등장하는 ‘점거’, 전면점거, 부분점거, 무슨 차이일까?

사전적 의미(출처_[네이버 지식백과] 통합)
점거 : 직장점거라 함은 파업근로자가 단결을 유지하고 또한 파업 중의 조업을 방해(저지)하기 위해 직장(사업장의 시설)을 점거하는 보조적 쟁의행위이다.

쟁의행위는 ‘정상적인 업무를 중단’시킬 수 있다고 했습니다. 포털 지식백과에 따르면 ‘점거’는 ‘보조적 쟁의행위’라고 하는데요. 그런데 왜, 손배청구 소장에서는 ‘불법’으로 등장할까요? 또, 전면점거라 안된다, 부분점거는 괜찮다, 해석도 가지각색인데요. 기준이 뭘까요?

송 변호사의 풀이
노동자가 업무를 중단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내 노동력을 제공하지 않는 것입니다. 쟁의행위로서 점거는 파업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생산시설이나 영업시설에 대한 연좌농성이나 점거농성을 말합니다. 전면적·배타적 점거는 사용자측의 출입이나 관리, 조업을 배제시키는 것을 의미하고, 부분적·병존적 점거는 사용자측의 출입, 관리, 조업을 배제시키지 않는 점거를 말합니다. 예컨대 사용자나 관리자의 사무실, 비조합원의 작업장을 점거하여 업무를 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전면적·배타적 점거이고, 구내 운동장이나 로비, 주차장, 식당의 일부 공간을 점거하는 것은 부분적·병존적 점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적극적인 손해와 소극적인 손해

사전적 의미(출처_[네이버 지식백과] 법률용어사전, 이병태 저, 2016)
적극적 손해 : 이미 가지고 있던 재산에 적극적인 감소가 발생하는 것이다.
소극적 손해 : 얻을 수 있었던 새로운 재산의 취득이 방해된 경우의 손해이다.

손배소송에서 당혹스러운 점 가운데 하나는 바로 손해가 ‘적극적’인 것과 ‘소극적’인 것으로 구분된다는 점입니다. 노동자 손해배상 사건에서 적극적 손해와 소극적 손해는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송 변호사의 풀이
이번 장에서 소개할 주요판결 중 하나인 유성기업 손배 사건의 2심 판결문을 보면 명확히 구분되어 있습니다. 소극적 손해로, 생산손실과 함께 매출액, 재료비, 판매관리비 등이 포함되어 있어요. 정확한 손해를 알 수 없지만, 생산되었다면 다 팔릴 것을 가정하고 손실을 추정하는 거예요. 엄밀히 따지면 실제 손해를 입은 건지 아닌지 누구도 알 수 없는 부분입니다. 적극적 손해로는 원청인 현대차의 클레임으로 수십억 원의 보상액을 지급했다거나, 운송부품이 망가졌다는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금액을 파업으로 손해를 보았다며 산정한 거예요. 물론 실제 명세서가 있다고 해도, 파업으로 손해가 있었는지 여부는 재판에서 다투어야 합니다.

신의칙과 권리남용

사전적 의미(출처_[네이버 지식백과], 시사상식사전, pmg 지식엔진연구소)
신의칙 : 신의성실의 원칙. 모든 사람은 사회공동생활의 일원으로서 상대방의 신뢰에 어긋나지 않도록 성의있게 행동할 것을 요구하는 법원칙을 말한다. 즉, 법률관계에 참여한 자는 상대방이 옳다고 믿는 바대로 성의를 가지고 말한 바를 실천해야 하는 행동의 원리며 신의성실에 위반한 권리행사는 권리남용이 된다.

법원에서 상식적으로 벌 수도 없는 금액인 수억에서 수십억, 수백억 원에 달하는 금액을 노동자 개인에게 판결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판결 이전에 청구금액부터 천문학적인데요, 소송 과정에서 신의칙 위반, 권리남용 등 주장이 오고 갑니다. 어떤 의미로 쓰이는 걸까요?

송 변호사의 풀이
어떠한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하는 경우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해야 한다는 것인데요. 과거 국가가 공권력을 이용하여 노동조합 간부들을 감금하고 폭행하고 노동조합을 파괴했던 것에 대해 국가배상청구를 하자, 국가에서 소멸시효 항변을 했어요. 법상으로 국가배상은 5년이 지나면 소멸시효가 완성되므로 법 조문만 보면 국가의 말이 맞습니다. 그러나 당시 서슬 퍼런 군사정권하에서 피해자들이 5년 안에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다고 해서 국가의 손을 들어주는 것은 누구봐도 부당하지 않나요? 이러한 경우, 국민의 기본권을 수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국가가 오히려 불법을 동원해서 국민의 권리를 침해해 놓고 이제와서 시효 항변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권리남용에 해당하므로 인정할 수 없습니다.
손배가압류와 관련해서 소권남용이 문제되고 있어요. 재판청구권의 행사도 신의성실의 원칙에 의해 규제되거든요. 따라서 손배가압류를 통해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행사를 제약하거나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을 방해하는 것은 소권남용에 해당될 수 있습니다.

업무방해와 ‘업무방해방조’

사전적 의미(출처_[네이버 지식백과], 실무노동용어사전, 2014, 중앙경제)
업무방해 : 업무경영을 방해하는 일체의 행위
업무방해방조 : 포털사이트 사전에도 찾아볼 수 없는 용어

손배소장에 많이 등장하는 ‘죄목(?)’이 있다면 바로 업무방해를 꼽을 수 있을 거예요. 업무방해는 알겠는데, 업무방해방조죄는 뭘까요? 음, 포털사이트 지식백과도 모르는 걸 보니, 흔한 죄목은 아닌가 봅니다. ‘파업이 일어날 걸 알면서도 막지 않은 죄’를 물을 수 있을까요? 놀랍게도 현재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현대자동차가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에 연대한 정규직 노동자와 활동가를 대상으로 업무방해, 업무방해방조죄를 물어 형사고소를 했는데요, 같은 내용을 고스란히 근거삼아 민사손배청구를 한 사건이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입니다. 이번 장에서 소개할 20억원 손배청구 사건입니다. 노동사건에서 업무방해와 업무방해 방조는 어떻게 사용될까요?

송 변호사의 풀이
파업을 업무방해로 처벌하는 것도 문제인데, 더 나아가 업무방해방조죄까지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큽니다. 헌법상 단체행동권으로 보장되는 파업은 집단적으로 노무제공을 중단함으로써 사용자의 업무를 저해하는 행위이거든요. 권리를 행사했는데 그것이 업무방해죄라고 해서 처벌하는 것은 모순되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ILO 등 국제기구에서도 우리나라에 대하여 파업에 대해 형사처벌을 하는 법제를 개선하라는 권고를 수차례 하고 있습니다. 업무방해죄 적용 자체를 하지 않아야 할 것인데, 오히려 ‘파업을 하도록 도와 주었다’, ‘알면서도 막지 않았다’는 이유로 업무방해방조죄를 적용하여 처벌하는 것은 군사정권 시절 민주인사들에 대한 탄압수단으로 악용되었다가 87년 노동자 대투쟁으로 없어진 제3자 개입금지 조항을 다시 부활시키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가처분과 가압류

사전적 의미(출처_[네이버 지식백과] 통합)
가처분 : 법원의 재판으로 어떤 행위를 임시로 요구하는 것
가압류 : 채무자의 재산을 압류하여 현상을 보전하고, 그 변경을 금지하여 장래의 강제집행을 보전하는 절차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늘 따라다니는 가압류. 이제는 둘이 합쳐 ‘손배가압류’라고 부르는 게 자연스러울 정도인데요, 가압류는 손해배상에 따른 가압류 외에도 가처분 가압류도 존재합니다.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송 변호사의 풀이
가압류, 가처분 모두 나중에 본안소송 확정시 집행할 수 있도록 ‘재산을 묶어 두는 것’을 말합니다. 가압류는 금전채권을 나중에 집행할 수 있도록 채무자의 재산에 대한 처분권을 빼앗는 것을 의미하고, 가처분은 금전 이외에 물건 등에 대한 채권을 나중에 집행할 수 있도록 동결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손해배상을 받기 위해 미리 부동산이나 예금채권을 묶는 것은 가압류라고 하고, 집을 샀는데 매도인이 이전을 안 해주고 있을 때 매도인이 다른 사람에게 이전 등기를 못하게 하는 것은 가처분입니다.

부진정연대책임

사전적 의미(출처_[네이버 지식백과] 통합)
부진정연대채무 : 수인이 동일한 목적을 지닌 채무를 부담하고 각채무자가 각각전부의 급부의무(給付義務)를 지며 1인의 채무자의 완전한 이행에 의하여 다른 채무가 소멸하는 관계이다.

처음에 청구대상이 수십 명이었는데, 소송이 끝날 때쯤 되니 손가락에 꼽을 정도만 남는 경우, 손배소송에서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당사자들은 이런 일이 가능한 이유 중 하나로, ‘부진정연대책임’을 꼽습니다. 부진정연대책임, 과연 무엇이고, 손배사건에선 어떤 위력을 발휘할까요?

송 변호사의 풀이
10명이 예를 들어 10억 원을 청구받았다고 했을 때, 금액은 인당 1억 원이 적용될 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요. 그러나 손배사건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1인당 모두 10억원 씩의 책임을 가집니다. 물론 누구 하나가 10억 원을 다 갚을 경우, 모두의 책임이 사라지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나눠내면 되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손배가압류가 노조파괴의 원인이 되는 요소 중 하나, 바로 회유인데요. 회유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부진정연대책임입니다. ‘노조를 탈퇴하면 손배를 빼주겠다’, ‘근로지자위확인소송을 포기하면 손배를 빼주겠다’는 식으로 회사는 대상자들을 회유합니다. 그렇게 10명에서 5명이 진다고 해봅시다. 그래도 청구금액은 5억원이 아니라 10억원이 그대로 유지됩니다. 부진정연대책임의 효과입니다.
이처럼 개별적인 행위 내용을 따지지 않고 부진정연대책임이라는 이유로 노동조합과 간부, 조합원들 모두에 대하여 연대책임을 인정하는 것은 손해배상에 대한 ‘개인책임의 원칙’에 위배됩니다.

‘위법성 조각’은 무슨 뜻일까, ‘부작위’는 어떨 때 쓰일까.

사전적 의미(출처_[네이버 지식백과] 통합)
위법성조각사유 : 형식적으로는 범죄 행위나 불법 행위로서의 조건을 갖추고 있어도 실질적으로는 위법이 아니라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유
부작위 : 부작위 (不作爲)이란 일정한 처분을 하여야 할 법률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것이다.

재판과정, 소송기록을 넘어 입법토론회에서도 많이 사용되는 말이 바로 ‘위법성 조각’, ‘부작위’입니다. 자료집 여섯 번째 장에서 소개할 ‘국회토론회 속기록’에도 많이 등장합니다. 일상생활에서는 잘 안 쓰는 말이죠. 손배사건에서 어떨 때 이런 말을 쓸까요?

송 변호사의 풀이
위법성조각사유는 어떤 위법행위가 있을 때 예외적으로 이미 존재하는 위법성을 없앨 수 있는 사유를 말하는 것입니다. 정당방위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누군가의 더 큰 공격을 막기 위해 불가피하게 폭행을 했다고 했을 때, 나의 행위는 폭행죄에 해당하므로 기본적으로 위법한 행위이지만 정당방위에 해당되므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입니다.
파업에 대해서도 오랜 기간 위법성조각사유로 보았습니다. 즉, 사용자의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로 위법하지만 예외적으로 파업이 정당한 경우에는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식이지요. 그런데 파업은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입니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위법성이 있다는 인식 자체가 잘못된 것입니다. 예외적으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위법하지 않는 권리행사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작위’는 금지된 행위를 적극적으로 행하는 것이고, ‘부작위’는 요구된 행위를 소극적으로 행하지 않는 것입니다. 파업은 집단적인 노무제공 거부이므로 부작위에 해당합니다. 파업이 작위인지 부작위인지에 따라서 형법상 업무방해죄나 민법상 손해배상 인정 여부가 달라집니다. 파업이 부작위라고 한다면, 노동자에게 보증인 지위와 작위의무가 인정되어야 민형사적으로 처벌을 할 수 있습니다. 노사관계에서 노동자가 사용자의 보증인적 지위에 있다거나 작위의무가 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부작위인 파업에 대해서 민형사적 책임을 묻는 자체가 잘못입니다.

자문 | 송영섭 변호사(법무법인 여는, 손잡고 법제도개선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