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가압류제도

손배가압류소송과 관련한 법률들을 모아 보았습니다. 노동권과 노동자들의 쟁의행위는 헌법과 노동법에 엄연히 근거하고 있는 정당한 권리입니다. 그런데 이에 대해 손배가압류를 제기하는 단위들은 저마다 유리한 법률을 적용하며 노동자들의 권리와 삶을 억압하고 있습니다. 이에 관련한 법률들을 소개합니다. 실제 법조문을 확인함으로써 정의로운 판단을 하는 기준이 되길 소망합니다. 이 내용은 손잡고 법제도개선위원회 위원인 여연심 변호사, 하태승 변호사의 자문을 거쳐 게재했습니다.

헌법 제33조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

헌법은 국가의 구성·조직·작용과 기본권보장에 관한 기본 원칙을 규정한 근본법입니다. 헌법은 33조에서 기본권으로서의 노동3권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가집니다. 이 노동3권 조항은 제헌헌법에서부터 있었습니다. 개인인 노동자는 사용자에 대하여 본질적으로 열악한 지위에 있기 때문에 노동자가 단결체를 만들어 사용자와 대등한 지위에 서서 교섭하고 투쟁할 수 있는 것을 보편적 기본권임으로 보장한 것입니다.
헌법재판소는 헌법이 노동3권을 보장한 취지에 대해 “노동관계당사자가 상반된 이해관계로 말미암아 계급적 대립·적대의 관계로 나아가지 않고 활동과정에서 서로 기능을 나누어 가진 대등한 교섭주체의 관계로 발전하게 하여 그들로 하여금 때로는 대립·항쟁하고 때로는 교섭·타협의 조정과정을 거쳐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게 함으로써, 근로자의 이익과 지위의 향상을 도모하는 사회복지국가 건설의 과제를 달성하고자 함에 있다”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헌법재판소 1993. 3. 11. 선고 92헌바33 결정).
이렇듯 노동자 단결체의 투쟁은 우리 헌법이 이미 예정하고 있었던 기본권의 실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노조법 제3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조(손해배상 청구의 제한) 사용자는 이 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경우에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하여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노조법 3조는 단체교섭이나 쟁의행위로 인해 손해를 발생시켰더라도 노동조합과 근로자는 면책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노동조합 활동과 쟁의행위에 대한 민사 면책은 헌법 33조가 정한 노동3권에서 당연히 도출되는 것입니다. 노조법 3조는 이를 한번 더 확인해 주는 규정입니다.
노조법 3조는 면책이 되는 대상을 ‘이 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라 표현하고 있으나, ‘이 법을 준수한’ 쟁의행위만 면책이 된다고 해석할 수 없습니다. 이 법에서 정의하는 노동조합, 노동쟁의, 쟁의행위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장되는 근로자의 단결과 단결 활동, 쟁의행위는 모두 면책의 대상이 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실은 다릅니다. 노동조합의 조합활동과 쟁의에 대해 손해배상과 가압류가 남발되고 있습니다. 노동3권을 정한 헌법 33조와 노조법 3조를 바로세워야 합니다.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의 내용)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민법 제750조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노동조합의 쟁의행위에 대해, 사용자는 대부분 위와 같은 쟁의행위가 불법이라고 단정한 뒤, 위 민법 제750조를 들어 엄청난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쟁의행위의 정당성 범위를 매우 협소하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가령 노동조합 소속 조합원이 집단으로 연차유급휴가를 사용하는 경우, 이를 소위 ‘준법투쟁’으로 보아 쟁의행위의 정당성 요건을 모두 충족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한 쟁의행위의 목적에 있어서도 상당한 제한을 가하고 있는 바, 가령 대법원은 정리해고를 고도의 경영상의 결단에 관한 내용이라 전제한 뒤, 정리해고에 대항하는 쟁의행위를 모두 위 민법 제750조의 손해배상 책임의 대상이 되는 불법행위로 전제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쟁의행위가 주체, 목적, 절차, 태양에 있어서 조금이라도 위법 사유가 존재할 경우 위 민법 제750조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노동 3권에 대한 올바른 해석을 통해 현실에 존재하는 수 많은 쟁의행위를 과연 어디까지 불법행위라고 볼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한 지점입니다.

민법 제760조

(공동불법행위자의 책임) ① 수인이 공동의 불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연대하여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민법 제760조는 다수인이 공동하여 저지른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 즉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사용자는 위 민법 제760조를 들어 노동조합 뿐만 아니라, 조합원 개인들에 대해서까지 엄청난 규모의 손해배상에 대해 (부진정)연대책임을 주장하며, 이를 토대로 사전에 조합원들의 개인 재산(부동산 및 예금채권 등)에 대해 가압류를 신청합니다.

대법원은 파업에 참가한 일반 조합원들의 경우 손해배상 책임의 범위를 제한하는 법리를 제시했지만, 사용자는 위와 같은 법리를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에 대해 무차별적인 손해배상 청구를 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재산법의 영역에서 형성된 공동불법행위 책임의 법리가, 노동 3권의 올바른 해석을 통해 다시 한번 정립될 필요가 있습니다.

자문 | 여연심, 하태승 변호사(손잡고 법제도개선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