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들,이유들,사실들

그러게 왜 파업은 하고 그랬어?

사람들은 묻습니다.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인 쟁의, 파업 등을 행사한 댓가로
막대한 손배가압류 소송에 휘말리게 되는 노동자들에게
애초에 왜 그런 고소당할 짓을 했느냐고 말입니다.
쟁의행위는 개인이 단독으로 정할 수 없고 집단의 의사결정으로 진행됩니다.
그런데 집단이 결정한다고 무조건 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쟁의행위를 할 수밖에 없는 명확한 사유가 있어야 행사할 수 있습니다.

쟁의행위 원인

33.3아카이브에 소장된 사건기록 197건 가운데 82건은
쟁의행위를 한 이유를, 단체교섭, 단체협약 관련 현안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수집기록 중 가장 많은 사건이 노동권이 보장한 단체교섭권의 행사가 가로막혔을 때,
또는 단체교섭을 통해 체결한 노사 간 약속인 단체협약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을 때
발생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불법파견, 노조파괴, 부당노동행위, 근로기준법위반 등
회사의 불법이 쟁의행위의 원인이 되었다고 기재된 사례가 많았습니다.
모두 합쳐 70건에 달합니다.

징계해고(부당해고)나 정리해고가 사유가 된 사건은 43건입니다.
특히 정리해고와 관련한 파업은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대다수가 손해배상을 인정하는 판결로 이어집니다.

총파업, 범국민대회를 주최 및 참여했다거나, 1인시위, 피케팅처럼
단순히 노동조합활동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개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례도
41건이나 있었습니다.

노동자들이 정당한 권리행사들이
보복적 손해배상소송으로 이어지는 것을 목격할 때마다
지금까지 노동자들을 움직였던 그 수많은 이유들이
앞으로의 노동자들에게도 여전히 싸워야 할 이유로 남을 것 같아
깊은 낭패감이 듭니다.

그들은 어째서 늘 이기는 거야?

사람들은 묻습니다.
그렇게 떳떳하면 재판에서 이겨야지 왜 지는 거냐고 말입니다.
노동자들을 상대로 제기되는 손배가압류소송의 원고는 그들의 고용주입니다.
보통은 기업이나 기관이지만, 때로 국가가 되기도 합니다.
손배가압류소송에서 이기는 사람은 늘 그들입니다.

100퍼센트 이기는 경우(11건)는 많지 않지만,
일부 조건을 달고 승소하는 경우(93건)는 많습니다.
법정 바깥에서 갖가지 회유책을 써서 원하는 바를 얻어내고 나면
그때 소를 취하해 주는 경우(24건)도 결국 그들이 이겼다고 봐야 하겠지요.
법원이 화해를 권고(7건)하거나 조정결정(2건)을 내릴 때도 있습니다.
이런 때에도 원고가 원하는 바가 어느 정도 충족되지 않으면 결론이 나지 않습니다.
그러니 뭐, 결론은 버킹검, 아니 ‘원고승’이네요.

그들은 왜, 어째서 늘 이기는 걸까요?

1심 원고일부승-주요사유(중복)

그들은 주장합니다. 노동자들의 쟁의행위가 불법(65건)이었다고.
노동자들이 교섭현장에서 도무지 만날 수 없는 경영진을 찾아간 것이 무단점거(29건)라고.
노동자들의 모임은 불법(8건)이고,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과정은 정당하지 못했다(11건)고.
노동자들의 그러한 행위들 때문에 경영진을 비롯한 회사는 큰 정신적 고통을 느꼈다고(27건).
심지어, 정당한 쟁의행위라고 인정받아도 손해배상을 하라는 판결이 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고려정업분회 지자체 간접고용 청소노동자의 준법투쟁을 두고 제기된 손해배상청구 사건

고려정업분회 지자체 간접고용 청소노동자의 준법투쟁을 두고 제기된 손해배상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의 복수노조 단체교섭 거부에 따른 쟁의행위를 두고 제기된 손해배상청구 사건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 복수노조 단체교섭 거부에 따른 쟁의행위를 두고 제기된 손배청구

또, 사람이 아니라 법인의 정신적 고통을 인정하는 판결이 난 경우도 있습니다.
법인의 정신적 고통과 신용훼손이 염려되고, 명성이 추락한 것도 손해이며,
법인은 인격권에 준하는 위상을 지녔으니 그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내용이지요.

원고가 소를 취하한 경우에도 이를 원고승소로 보는 이유가 있습니다.
손배가압류는 ‘개인’을 대상으로 청구하기 때문에,
개인을 회유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조건부소취하(1심기준)

소송기록 가운데 35개 사건에서 개인 일부를 대상으로
‘조건부 소취하’를 한 것을 확인했습니다.
‘조건’에는 노조탈퇴, 근로자지위확인소송포기처럼
개인의 권리를 포기하도록 하는 경우나,
희망퇴직과 같이 일터를 포기하도록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기타로 ‘반성문’을 요구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전체 사건을 ‘소취하’하지 않는 한, 일부 개인에 대해 소취하를 하더라도
사건 전체가 취하되지는 않습니다. 금액이 줄어들지도 않습니다.
그러니 이 싸움에서, 승리는 누구의 것?